절에서 만난 가난한 예수
행자 "응"
2009/01/29 14:45
절에서 설교하시는 목사님
얼마 전 희망플래너님의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설법하시는 스님’이란 글을 블로거 뉴스에서 읽고 감동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일이 오늘 제가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절(문경정토마을)에서도 있었습니다. 우리절의 상임법사이신 유수스님과 오랜 친분을 가져오신 목동 광야교회의 안병길 목사님. 스님의 부탁으로 백일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저희 행자들을 위해 기꺼이 법상 앞에 앉아 주셨습니다. 우리는 스님께 법(설교, 진리의 말씀)을 청할 때와 마찬가지로 안 목사님께 청법가를 올렸습니다.
“덕 높으신 스승님~.... 옛인연을 이어서 새 인연을 맺도록 대자비를 베푸사 법을 설하옵소서,”
절에서 설교하시는 목사님
얼마 전 희망플래너님의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설법하시는 스님’이란 글을 블로거 뉴스에서 읽고 감동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일이 오늘 제가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절(문경정토마을)에서도 있었습니다. 우리절의 상임법사이신 유수스님과 오랜 친분을 가져오신 목동 광야교회의 안병길 목사님. 스님의 부탁으로 백일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저희 행자들을 위해 기꺼이 법상 앞에 앉아 주셨습니다. 우리는 스님께 법(설교, 진리의 말씀)을 청할 때와 마찬가지로 안 목사님께 청법가를 올렸습니다.
“덕 높으신 스승님~.... 옛인연을 이어서 새 인연을 맺도록 대자비를 베푸사 법을 설하옵소서,”
그리고 스님과 함께 목사님께 법을 청하는 삼배를 드렸습니다. 늘 스님에게만 청법가를 올리고 삼배를 드리다가 목사님께 진리의 말씀을 청하는 청법가와 삼배를 드리니, 신선하고 가슴 뭉클한 뭔가가 느껴졌습니다.
어릴때부터 교회를 다니시던, 안병길 목사님은 성경의 가난한 예수의 삶이 마음에 와 닿아 “ 가난한 예수의 길을 따르겠다”는 마음으로 가난한 ‘달동네’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늘 “하나님, 우리 교회를 좀 부흥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동네에서 목회를 하니, 30 만원 남짓의 교회 헌금이 들어왔는데, 목회를 유지하고 생활을 이어가기가 빠듯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얼마나 치사해 지는지, 교회에 오는 신도분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왜 헌금을 안 내나, 저 사람은 십일조 할 때도 됐는데, 왜 안하나’ 그러고 있는 제 자신을 보았어요.”
불편한 마음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느 날, 선배이신 이현주 목사님이“ 너 자신을 깊이 들여다 봐라”란 한마디를 던졌다고 합니다. 나 자신을 보라고? 어쩌라는 건지, 그렇게 몇 달이 지나던 어느날, 그는 문득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아, 내가 초발심(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고 살았구나. 가난한 예수의 길을 따르기로 했는데, 나는 교회의 부흥만 바라고, 사람들에게 돈을 바라고, 다른 친구 목사들과 신도수와 얼마나 교회가 잘 되는지를 비교하면서, 어리석은 길을 가고 있었구나.”
“사람이 얼마나 치사해 지는지, 교회에 오는 신도분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왜 헌금을 안 내나, 저 사람은 십일조 할 때도 됐는데, 왜 안하나’ 그러고 있는 제 자신을 보았어요.”
불편한 마음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느 날, 선배이신 이현주 목사님이“ 너 자신을 깊이 들여다 봐라”란 한마디를 던졌다고 합니다. 나 자신을 보라고? 어쩌라는 건지, 그렇게 몇 달이 지나던 어느날, 그는 문득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아, 내가 초발심(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고 살았구나. 가난한 예수의 길을 따르기로 했는데, 나는 교회의 부흥만 바라고, 사람들에게 돈을 바라고, 다른 친구 목사들과 신도수와 얼마나 교회가 잘 되는지를 비교하면서, 어리석은 길을 가고 있었구나.”
그러면서 그는 그 때,
“내가 교회 신도들에게 헌금을 안 받고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검도장 통학 운전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안 목사님은
“교인들 눈치 안 보고, 교단 눈치 안 봐야 바른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교인들 눈치보고 교단 눈치를 자꾸 보게 되면, 참된 길로 신도들을 이끄는 안내자(목사)도 썩고 나중에는 교인들도 썩고, 교단도 썩어 다 같이 망합니다.” 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영악해져서 땅에 금을 긋고는 내 땅, 네 땅, 내 나라, 네 나라 하고 서로 싸웁니다. 이스라엘을 보세요. 니꺼 내꺼 다 사람들이 만듭니다. 종교 간의 벽도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데 그 벽도 사람들이 만듭니다. 사람 사람사이의 벽도 사람들이 만듭니다”
“내가 교회 신도들에게 헌금을 안 받고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검도장 통학 운전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안 목사님은
“교인들 눈치 안 보고, 교단 눈치 안 봐야 바른 말을 할 수 있습니다 교인들 눈치보고 교단 눈치를 자꾸 보게 되면, 참된 길로 신도들을 이끄는 안내자(목사)도 썩고 나중에는 교인들도 썩고, 교단도 썩어 다 같이 망합니다.” 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영악해져서 땅에 금을 긋고는 내 땅, 네 땅, 내 나라, 네 나라 하고 서로 싸웁니다. 이스라엘을 보세요. 니꺼 내꺼 다 사람들이 만듭니다. 종교 간의 벽도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데 그 벽도 사람들이 만듭니다. 사람 사람사이의 벽도 사람들이 만듭니다”
“예수님이 와서 보니, 종교가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 되는데, 종교(당시 유대교)가 사람을 억압하고 심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길에 반기를 드시고 잘 못된 물길을 바로 잡으려고 하셨습니다. 구약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 말하지만 예수님은 ‘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부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이 오셔서 기존의 온갖 사회적 시대적 모순을 자각하시고 진리의 길로 사람들을 안내하셨습니다. 진리는 하나입니다. 진리는 기독교의 것도, 불교의 것도, 이슬람의 것도 아닙니다.”
“종교의 길이란 참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목사, 신부, 스님들은 사람들이 참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안내자들입니다. 이들이 종교간의 벽을 쌓고 자신만을 고집하고 서로의 오해를 부축이는 건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것입니다.”
“저는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부처님을 존경합니다. 부처님에 대해 알면 알수록 예수님이 싫어지고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더 가까워집니다.”
많은 질문과 답이 오고 갔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는 선악과와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야훼는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하셨고 자유 의지가 있던 그들은 그 열매를 먹고 말았답니다. 선악과를 먹은 후, 그들은 부끄러움과 추함을 알게 되고 온갖 분별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제법이 공하다란 말이 있습니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처럼, 모든 현상계에는 선하고 악함이, 더럽고 추함이, 길고 짧음이, 더하고 덜함이 없이 그냥 그대로 존재 할 뿐이라는 말입니다.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할 바가 없다는 얘깁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이 만드는 것인데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기 직전엔 이런 제법이 공한 도리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은 선악과를 먹지 말라 했습니다. 살아가면서 매순간 우리 앞에는 선악과가 놓여집니다. 그 순간순간 선악과를 먹느냐, 안 먹느냐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르지만, 제가 이 곳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는 것이 바로 선악과를 먹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질문과 답이 오고 갔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는 선악과와 자유의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야훼는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하셨고 자유 의지가 있던 그들은 그 열매를 먹고 말았답니다. 선악과를 먹은 후, 그들은 부끄러움과 추함을 알게 되고 온갖 분별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에서는 제법이 공하다란 말이 있습니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처럼, 모든 현상계에는 선하고 악함이, 더럽고 추함이, 길고 짧음이, 더하고 덜함이 없이 그냥 그대로 존재 할 뿐이라는 말입니다. 절대적으로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할 바가 없다는 얘깁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이 만드는 것인데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기 직전엔 이런 제법이 공한 도리를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은 선악과를 먹지 말라 했습니다. 살아가면서 매순간 우리 앞에는 선악과가 놓여집니다. 그 순간순간 선악과를 먹느냐, 안 먹느냐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르지만, 제가 이 곳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는 것이 바로 선악과를 먹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교 후, 자행스님과 노보살님들과 포옹하시는 안 목사님
천주교인이면서, 그동안 기독교에 대해 가졌던 제 편견이 와르르 무너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 사이의 갈등을 만드는 것이 종교가 아니라, 사람, 우리 자신들이라는 말이 다시 한 번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의 열린 안목이, 또 그런 지혜를 가진 사람을 만난 기쁨에 제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목사님, 존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에 당신과 같은 분이 많다면 이곳이야 말로 평화로운 천국이고 정토일 겁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응"봉 20090119
천주교인이면서, 그동안 기독교에 대해 가졌던 제 편견이 와르르 무너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 사이의 갈등을 만드는 것이 종교가 아니라, 사람, 우리 자신들이라는 말이 다시 한 번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의 열린 안목이, 또 그런 지혜를 가진 사람을 만난 기쁨에 제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목사님, 존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세상에 당신과 같은 분이 많다면 이곳이야 말로 평화로운 천국이고 정토일 겁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응"봉 2009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