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코르왓트는 커다란 연못 해자가 사원 전체를 품에 안은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해자는 우주의 바다를 상징하고 있다. 이런 해자는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모든 건물이 동서를 축으로 정확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앙코르왓트는 멀리서 보면 물위에 사원이 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 사원의 한가운데 우뚝솟은 중앙탑은 메루산(불교의 수미산)을 상징한다.


십자회랑을 지나다 보면 1000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고 하는곳이 나오는데 앙코르왓트는 원래 힌두교사원이었으므로 불상들은 후대에 설치된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불상들은 사라지고 없고 목이 잘리거나 손과 허리가 잘린 불상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자를 오른쪽에 끼고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 서쪽 정문이 나오는데, 돌사자상이 떡 버티고 섰다. 어떤이는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톡톡 두둘겨 주고 싶을 정도로 늠름하고 탄력적인 모습이라고 표현하기도 할 만큼 잘 만들어졌다.

앙코르왓트를 제대로 볼려면 인도의 대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알아야 한다. 힌두신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없이는 앙코르왓트를 볼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는 인도사람이라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줄거리를 줄줄 꽤고 있을만큼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라마야나는 라마 왕자가 걸어온 길 이란 뜻으로 라마왕자와 악마인 라바나와의 전쟁이야기이고, 마하바라타는 위대한 바라타 가문의 전쟁 이야기라는 뜻으로 인도 델리 북쪽의 쿠루 평원에서 사촌형제끼리 왕권을 놓고 벌이는 18일간의 치열한 전쟁이야기다.

앙코르왓트 첫번째 회랑 부조엔 라마야나의 란카전투, 마하바라타 쿠루평원의 전투, 수리야바르만2세 행렬, 천국과 지옥의 풍경, 천지창조 우유의 바다젓기 신화, 아수라와 대적한 비슈누 신의 승리, 바나와 대적한 크리슈나 신의 승리, 21명의 신과 21명의 아수라 사이의 전투, 비슈누와 시바신과 관련된 신화 등으로 세밀한 묘사가 되어 있다.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쿠루평원의 전투장면은 군악대와 함께 진군하던 병사들은 그 중앙에서 양쪽 군대가 충돌하면서 끔찍한 싸움이 전개된다. 뒤에서 화살을 쏘고 앞에선 창을 찌르면서 벌어지는 처절한 육박전 장면은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십자회랑을 지나 두번째 회랑으로 가면 벽면을 따라 1500여명의 압사라라는 천지창조 우유의 바다젓기 에서 태어난 천상의 무희들이 부드럽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맞이한다. 석조건물의 그윽한 실루엣속에 드러나는 춤사위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탐스러운 가슴을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검은 색으로 반질거린다고 하면서, 만지는 것은 좋은데 만지면 1500명의 무희의 가슴을 다 만져야 하지, 만지다가 말면 액운이 따른다고 귀뜸해 준다.

회랑의 벽면에 부조된 압사라 무희는 독무도 뛰어나지만 둘이나 셋이 한조를 이루어 춤을 추는 모습또한 각기 다르다. 처음 압사라 무희를 볼땐 동작이 거의 비슷하다고 여겨지지만 자세히 눈여겨 보면 똑같은 포즈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놀람을 금치 못한다. 머리장식이나 장신구, 치마자락등을 표현한 기법은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정교하다.


회랑을 장식하고 있는게 무희 말고 또 있다. 이렇듯 회랑을 장식한 68개의 가짜 창문이다. 일반 건축물에서는 채광이나 통풍을 위해서 창문을 만들지만, 석조건물에서는 외부충격이나 하중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단조로움을 피하고 시각적인 변화를 주기위해 만들어진게 가짜 창문이다.

이런 연밥이 상하로 연결된 모양을 한 연밥형태의 창문은 앙코르유적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중앙 신전은 경사가 70도에 이를정도로 가파르다. 예전엔 오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붕괴위험으로 오르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이토록 가파르게 설계한 이유는 일반 사람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신전을 오르는 사제들 또한 몸을 굽혀 조심스럽게 접근 할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