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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

성덕 2016. 1. 28. 21:54

강원도의 힘

예전에 우리영화중에 강원도의 힘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난 아직까지 그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강원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막연하게나마 강원도에 가고싶은 마음을 키워왔다.
그러다 어찌해서 시간을 만들어서 강원도로 가는 기차를 탔다.
강원도엔 감자가 유명하다고 했는데... 아픈 사연이 있을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강원도 남자는 이 세상 음식 중에 감자가 제일 싫다고 한다. 왜냐면 어렸을 때 감자로 끼니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서 질려서라고 했다. 
그러나 이곳 강원도 영월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본것... 무우와 배추가 밭에서 그대로 얼어버렸다.
마치 에어리언 영화에 나오는 괴물의 알처럼 보인다. 농사가 잘 안돼거나 수매가가 턱없이 적은 가격으로 책정이 될때마다 논과 밭을 갈아 엎었다는 소식을 자주 접했다. 그러나 이건 갈아엎을 여력이 없었는지 그냥 그대로 두었다. 
배추와 무우를 너무 많이 생산해서 가격이 똥이 됬다고 한다. 
어째거나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 한채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렇게 한 참을 걷다가 만난 이곳... 이번엔 연탄재다..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연탄. 지금은 고유가 시대라 다시금 연탄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왜 이리도 석유를 때지 못해서 안달을 부리는지....
경제가 어려우니 선진국들은 전기차를 개발하고 보급하려는 노력이 있다. 이미 시판하고 있는 나라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전기차의 개발과 보급은 언제쯤 하려는 것일까? 석유업자들의 배를 가득 부르게 하기엔 아직 모자라는가 보다. 
그건 그렇고 밭에 비닐이 날리지 못하게 연탄재를 재활용해서 덮었다. 일렬로 늘어선게 마치 사열을 하는 것 처럼 보인다.
다른 한곳으로 눈을 돌려보았다. 그런데 이건....
북어 대가리(?) 뭐에 썼던 물건인고? 전봇대에 매달려 있었다.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바람불고 추워서 물어보지 못하고 상상만 했다.
북어대가리를 지나자 이번에 CCTV가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한다. 공사판의 자재를 훔쳐가지 못하도록 한것 같은데 어째...
아마도 산꼭대기쯤에 CCTV를 설치해서 쳐다보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 강원도를 걷다보니 처마밑에 시래기를 말려놓고 있다. 요즘은 시래기국을 먹기가 어렵다. 이런광경은 그야말로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광경이거니와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맛볼수 없는 시래기...
그 시래기가 찬 바람을 맞아가면서 삐쩍 말라야 더욱 맛이 좋다.
푸근한 시래기국이 생각난다. ㅋㅋ
맑은 강이 얼어붙은 위로 동네 아이들이 미끄럼을 타러 나왔다. 어떤 곳은 어른들도 마음이 동했는지 얼음위에서 신나게 뛰어 놀더라.
주천에 있는 사자산 법흥사에 들르게 됬다. 적멸보궁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그곳까지 가서 참배를 했다. 법흥사의 절 분위기는 오래된 절이 아니라 최근에 다시 증축한 느낌이다. 템플스테이를 위한 공간이 그렇고 식당이 그랬다. 암튼 그 식당에서 맛나게 비빔밥을 얻어 먹었다. ^^
그러나 절 한쪽에 통일신라의 승려인 징효국사의 사리탑이 있고 근처에 이런 푯말을 세워 놓았다. "분향 하시면 귀한 자손을 얻습니다" 참 마음이 씁쓸하다. 복을 빌고 자손을 구하는 기복이 불교라고 생각하는 스님들이 아직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사찰이 돈에 눈이 어두워 이런 글귀로 불교를 곡해한다면 이미 불교가 아니다. 어디 이곳 뿐이랴마는 기분좋게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적멸보궁이라는 곳에 가서 참배하고 내려오다 이런 글귀를 만나니 기분이 싹 가신다. 
2500년 전 부처님이 "나에게 빌면 돈 많이 벌게 해주고 시험에 합격하게 해주고 승진하게 해주고 병 낫게 해주겠다. 그러니 나에게 복을 빌어라"고 꼬였나 보다. 
난 복이나 빌면 들어주고 안빌면 안들어주는 그런 시시한 부처님이라면 쓰레기통에 버려버릴란다.
여긴 정선쪽의 또다른 적멸보궁인 정암사. 뜰앞에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자장율사의 지팡이에서 나무가 자랐다고 하는 곳이다. 이 아래에는 동자승과 함께 귤, 사탕, 동전 등이 보인다.
강원도는 교통이 참 불편하다. 원하는 시간에 어디를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 자가용을 가져오지 않고서는 길위에 시간을 다 뿌려야 한다.
어찌해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재미있는 지명을 발견했다. [멀미] !
유래는 잘 모르지만 차를 탈때 울렁거리는 멀미는 아닌가 하고 한참 웃었다.
드디어 정선에서 유명한 아우라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곳은 황폐해져 있었다. 한 참 공사중이고 땅이 마구 파헤쳐져 있고, 돌로 축대를 쌓는다고 정신이 없다. 
난 예전의 아름다운 아우라지를 보고 싶었는데도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을 후손에 물려주기 싫은 모양이다. 자신들이 살아 있을 때 모든것을 다 누리고 자신이 죽을 때 모두 함께 죽거나 없어져 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참으로 욕심많은 인간이라 여겨진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지 못해서 안달일까? 왜 사람의 눈에 보기 좋아라고 잘 살고 있는 야생화를 캐와서 집근처에 심어 얼마 가지 못하고 죽게 만들고, 나무와 돌들을 옴겨다 사람의 마음대로 바꾸는 것일까?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줄 착각하는 멍청한 인간이 아직도 많기 때문일 게다. 
자기가 누구인줄도 모르고 욕심만 내어 살다가 그렇게 죽어도 좋은 모양이다.
이번 강원도 여행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여행이었다. 
이것이 강원도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