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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읽는 오래된 미래 - 미래 후손들의 자원을 빌려 쓰는 우리들

성덕 2016. 11. 14. 22:33

다시읽는 오래된 미래 - 미래 후손들의 자원을 빌려 쓰는 우리들

미래 후손들의 자원을 빌려 쓰는 우리들
오래된 미래를 본지 몇 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딱딱하고 읽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번 호지 여사의 방문으로 그녀의 책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호지 여사와의 첫 만남은 2003년 용인에서 열린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한국대회에서 행사 스탭으로 참가를 하면서였다. INEB는 1989년 태국의 슐락 시바락사 박사와 일본의 테루오 마루야마 스님이 중심이 되어 세계 11개국 36명의 스님과 재가신도들에 의해 창립된 세계적인 불교 NGO단체들의 연합체이다. 당시 평화와 비폭력, 인권, 환경, 대안적인 경제학, 가족 간의 유대, 여성문제 등 인류가 당면한 현안 중에 호지여사는 환경 분야에 초대된 분들 중 한 분이었다. 
이것이 인연이었을까 나중엔 환경운동가로서 활동을 조금이나마 하게 되었고,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2006년 한 달간 인도를 여행했던 적이 있었다. 짧은 기간에 인도를 전부 볼 수 없어서 델리, 자이살메르, 조드뿌르, 바라나시, 맥그로드간지, 마날리 등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다녔다. 레를 지나 라다크까지 가 볼 생각이었지만 가는 길이 험난하고 당시엔 가는 길이 끊겨 가지 못했다. 라다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어찌됐건 호지여사가 라다크에서 사는 동안 직접 보고 경험하고 느꼈던 부분들이 이 책에 그대로 담겨있다. 호지여사는 라다크가 변화되기 시작하는 시기에 그곳에서 들어가 본 몇 안 되는 서구인이었다. 처음엔 라다크의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서였으나 점점 라다크인들의 삶에 더 관심이 생겼다. 
라다크가 개방이 되면서 서구에서 말하는 진보=개발 과정이 진행되었다. 그러면서 라다크는 정말 가난한 나라, 빈곤한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동안 자신들의 삶이 가장 행복하다고 믿었던 라다크 사람들은 석유계에서 생산된 각종 프라스틱류와 공산품, 유행을 따르는 옷, 썬그라스, 오토바이, 자동차 등이 없으면 자신들의 삶이 비참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런 것들을 영유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그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그동안의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몰려든 도시에서 그들은 도시빈민이 되었으며 돈을 잘 버는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생기면서 빈부격차도 발생했다. 
라다크 사람들은 그동안 동물의 똥으로 난방을 하던 것을 똥 대신 석탄를 사용하면서 공기는 오염이 됐다. 그토록 오래도록 지속되었던 작고 느리고 풍요롭고 행복한 라다크 공동체는 서구 문물을 받아 들인지 몇 년 만에 붕괴되고 말았다. 
이 책이 쓰여 진지 1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라다크를 통해서 배울 것이 참 많다. 그때나 지금이나 개발은 좋은 것이고 돈이 전부다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시화호가 그랬고 새만금이 그랬고 경인운하와 4대강이 그랬다. 개발만 하면 모두가 돈방석에 앉을 것처럼 생각됐다. 정부와 개발업자들은 돈을 벌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 농민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농민들은 힘들게 농사짓느니 돈을 벌겠다는 욕심에 땅을 팔면서 가족처럼 지내던 이웃들과 멀어지고 공동체가 분열이 되어갔다. 
그렇게 개발을 하게 되었고 온 국토가 하루도 공사를 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러나 바다를 막은 시화호와 새만금의 막힌 땅은 바닷물이 소통하지 않으면서 썪어 갔고, 4대강 개발은 수생태계를 파괴하면서 배가 다닐 수 있도록 강바닥을 파내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40여조 원을 들여 파냈던 강바닥은 모래로 다시 가득했다. 개발하려는 사람들과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이 생기게 됐고 국민들의 정신적인 피로도도 가중 됐다. 
결국 라다크의 교훈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경제(=돈)를 살린다는 명목하에 개발의 역사를 지속해 왔던 우리는 돈이 많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돈을 벌기위해 도시로 나가고 그렇게 떠난 농촌은 젊은 사람들이 없어 노인들만 힘들게 농사의 맥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또 농촌을 떠난 젊은이들은 도시에서 성공한(돈을 번)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도시 빈민으로 전락해 버렸고, 그렇게 몰린 도시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공해를 내뿜는 괴물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돈을 쫓아 도시로 나갔던 사람들은 행복할까? 돈을 벌겠다고 시화호와 새만금을 막았던 사람들은 과연 행복할까? 물류혁신을 기한다고 4대강을 파냈던 사람들은 지금 정말 행복할까? 
불과 몇 십 년 전 작은 단위로 동네마다 마을마다 촌락과 부락을 형성해 모여 살았던 시대에는 없었던 고혈압, 당뇨, 각종 암, 아토피, 새집증후군 이 외에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각종 희귀병들이 세기종말론에 나오는 것처럼 창궐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마음속에서는 신선한 공기와 복잡함을 떠나 느릿하고 소박한 생활을 동경하고 있고 점점 각박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고 개발을 하지 말고 우리의 전통생활방식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아무리 맛있는 먹이가 있어도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가 갑자기 옛날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하다. 천천히 아주 서서히 우리의 오래된 습관을 고쳐 나가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 자연이 스스로 치유하고 정화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개발해야 한다. 
마을은 이장 한사람만의 것이 아니고, 군은 군수 한사람만의 것이 아니고, 한국은 대통령 한사람만의 것이 아니고, 지구는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하고 지혜롭게 사용해야 할 우리 모두의 자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모여 의견을 말하고 잘 듣고 소통하는 자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렇게 모여 함께 합의한 결정에 대해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면 된다. 마을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모여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소통의 구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단히 연습하고 훈련하고 노력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인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후손들이 누려야 할 자원을 미리 빌려 쓴다는 생각으로 지혜롭게 개발과 발전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오래된 미래의 서문에 있는 달라이라마의 글을 옮기며 다시 한 번 라다크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 본다.
- 지난 몇 십 년 동안의 교훈은 자연이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다. 지역적인 것, 작은 것, 친밀한 것, 자연적인 것, 인간적인 것을 지향하는 추세는 결국 자연이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이와 같은 보다 깊은 가슴속의 힘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 서문[달라이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