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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휴가는 강으로 가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성덕 2016. 11. 14. 23:27

이번 여름 휴가는 강으로 가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펌)

강에 한번 가보셔야하겠습니다. 
여기 신륵사 앞 여강선원의 마당에는 느티나무가 한그루 있습니다. 어제 밤에는 그 나무 밑에 누워 나무를 보았습니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사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정수리를 쬘 때 서야 우리는 큰 나무 밑의 그늘진 자리를 알 수 있습니다. 큰 나무 한그루가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과 감사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큰 나무 밑 시원한 그늘이 고맙고도 고마운 시절입니다. 참 덥습니다. 초복을 지난 날이기에 덥다는 것은 의당 당연한 것이겠지만, 요즘 더위는 갈수록 사람조차 심술굿게 합니다. 날이 무덥고 다습하니 웬만해서는 옆에 사람을 가까이 두려하지 않고, 두런 두런 이야기 나누는 것 조차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날이 덥고 햇살이 따가워야만 하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들녘에 자라는 농작물도 여름 햇빛을 좋아하는 것들이 있고, 여름에 유독 잘 자라는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수확한 고추는 비를 맞지 않게 여름날 햇빛에 잘 건조해야 할 것이고, 이 햇빛을 잘 받아야 호박도 과일들도 잘 자라고 가을 풍년을 맞을 것입니다.
세상일이 복잡하듯이 여름날에 보는 자연의 모습도 복잡합니다. 비가 많이 오던 저번날에 몇몇 지인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바위늪구비 습지를 방문했습니다. 바위늪구비 습지는 환경부에서 2003년 내륙습지조사 차원에서 조사한 이후 우선조사대상권역으로 지정되었던 지역입니다. 생물다양성이 높고 습지로서 보전가치가 높다는 말입니다. 이러하다면 의당 보호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이후 아무런 보호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이번 4대강 삽질에도 보호되지 못하고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이미 바위늪구비 하류는 매일 주야로 포크레인과 덤프트럭들 천지가 되었습니다. 단양쑥부쟁이 서식지라는 표식이 붙어있던 지역은 이미 파헤쳐졌고, 갯버들과 버드나무 천지였던 영동고속도로 밑은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지경입니다. 2009년 한해 동안 약 6천명이 찾아왔던 강변 명상길은 덤프트럭의 흔적만 남아있더군요. 
하지만 4대강 삽질이 시작되지 않은 중간지대에 들어서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잡초더미 속에서도 꽃은 피고, 나비는 그 꽃을 찾아 다니고, 겨울철새 진즉 사라진 풍경에는 어느덧 여름 철새가 자리를 잡고 주인인양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홍수철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떼새들은 여전히 굴암습지에서 지저귀면서 낮선 방문객의 머리위를 맴돌기 일쑤입니다. 4대강 공사 이전 쉽게 모습을 보이던 고라니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지만, 밤새 쉬고 떠난 잠자리도 금방 찾아지고 여기 저기 발자국은 오롯이 남아 여전히 이곳의 주인이 누구인지 강변하고 있더군요.
사실 이곳은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고, 주변에는 농가조차 없는 한적한 곳이어서 그런지 사방이 조용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곳에 비해 유독이 야생동식물의 발견 비율이 높은 곳입니다. 지금도 멀리 공사장의 포크레인을 배경으로 놀란 고라니 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곳이며, 강변에는 길을 떠날 시기를 놓친 흰빰검둥오리와 여러 철새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지역입니다. 높다랗게 자린 물억새와 갈대 사이로 난 작은 오솔길을 걷다보면 세상사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이런 곳이 지저분하다고 해서 서울 한강처럼 깨끗하고 윤기(?)나는 강변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공적으로 잘 정리된 서울 한강변의 둔치에서, 운동장만 넘치고 자전거길 있는 한강변의 강변이 우리에게 무슨 안식을 주는지 모르는 저 같은 사람에게, 시멘트 덩어리 한강의 강변도 우리에게 안식을 주고 있다고 누군가 설명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물 억새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남겨진 고라니 발자국을 보며 하루 밤 사이 안녕을 이야기 하지 못하는 서울 한강변이 무엇이 좋은지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요즘 사람들은 핵발전소에 만든 너무나 싼(?) 전기를 이용하여, 선풍기와 에어컨으로 스스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그 편리함에 익숙해져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마을 어귀 큰 나무 사라지고 고마웠던 그늘은 잊혀지는 시절입니다. 그렇게 점점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는 삶을 선택합니다. 그것이 마치 잘 사는 것이라 스스로 주문을 외면서 말입니다. 
어떤 것이 더 잘사는 삶인지 모르지만, 이번 여름에는 가족들과 시간이 될 때마다 강변에 나가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지랄맞은 4대강 삽질의 꼬락서니를 보시라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숨쉬는 생명체들의 공동체인 우리 강을 찾아보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멀지도 않습니다. 좁디 좁은 국토 어디를 가든 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저도 그곳에서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무엇을 살려야 할 것인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이들 가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