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공주의 숲 시라타니운스이쿄
전날의 피곤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길을 나섰다. 전날은 죠몬스기를 보기위함이었다라면 오늘은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었던 시라타니운스이쿄를 보기위함이다. 차로 40여분을 구불구불한 길로 시라타니운스이쿄 입구까지 간다. 도중에 여유롭게 풀을 뜯거나 길을 횡단하는 사슴가족도 만났다. 이곳으로 가는 길은 아래로 보이는 아찔한 장면에 스릴도 있지만 외길이라 마주오는 차를 대비해 서행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운전했다간 사고나기 싶상이다. 천천히 길을 건너는 길다란 뱀이 다가오는 차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쳐다보다 멈췄다. 그 옆을 살짝 비켜 지나가니 급하게 건너편 숲으로 몸을 감춘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판쵸와 우의를 입고 출발이다.
입구안내소에서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대나무 지팡이를 준비해 뒀다. 누가 준비해둔 건진 모르지만 하나씩 빌려서 올라갔다.
세가지코스 중에서 스기는 어제 많이 봤기 때문에 정상에 다녀오는 다아코이와 왕복코스를 선택했다. 입구에서 600m 정도에 시라타에폭포가 있고 그 위쪽으로 널따란 쉼터 바위가 나타난다. 조금위쪽으로 있는 히류교에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히류오토시를 볼 수있다.
<히류오토시>
시라타이운스이쿄는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하얗고, 흰구름이 많고, 하얀 안개가 많이 있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장쾌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잘 정리된 길을 15분 정도 걷다보면 사츠키 출렁다리를 건넌다. 이곳에서도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하얀 물 히류오토시를 볼 수 있다.
시라타니운스이쿄는 미야자키하야오가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를 만들 때 영감을 받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오기 전 원령공주를 보고 왔던 터라 그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 든다. 계곡 여기저기에서 숲의 정령이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고, 물 흐르는 계곡 저편에서 사슴신이 있을 것 만 같다.
<쿠구리스기>
다리에서부터 숲의 기운을 느끼며 한참을 걷다 보면 쿠구리스기가 길을 막고 있다. 우리가 수구리 하면 다들 엎드리는 것처럼 허리를 숙여야 통과할 수 있다. 허리를 숙이며 지날 때 조영남의 겸손은 힘들어, 겸손~ 하는 노래가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를 알지 못한채 겸손하지 않은자는 이곳을 지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도 전남 보성 대원사가는 길에 커다란 목탁이 나무에 걸려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땅 바닥만 보고 가면 그 목탁에 머리를 부딪치고 만다. 겸손하지 않고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통과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하는것 같다.
<구스가와보도>
구스가와 보도는 시라타니운스이쿄를 따라 츠지고개로 이어지는 길이다. 장정들이 수주일에 걸쳐 야쿠스기를 벌목하고 널판지로 가공하여 산 아래로 운반하던 길 이었다. 자연석을 길에 깔아 3~4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당시의 형태가 남아 있어 등산로로 이용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길이다.
<사슴호텔>
쿠구리스기에서 200m 정도에 사슴호텔라고 명명된 삼나무가 있다. 그 나무 안에 사람도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원령공주의 배경이 됬던곳, 혹은 촬영장소 하면서 프라스틱 조형물을 설치해서 여기저기 경관을 훼손했을 텐데 이곳은 오히려 자연그대로 보존하면서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본 이름을 명명해 놓았다.
<일곱 종류의 나무가 한 몸에 엉겨 살아가고 있는 나나혼스기>
<멧돼지 형상을 한 나무>
시라타니 산장에서 츠지 고개 까지 이어진 이끼로 뒤덮인 숲인 고케무스모리를 볼 수 있다. 이 숲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곳은 또한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종류의 이끼가 번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부케스기와 구케스기>
<문관의 집에서 비를 피해 쉬고 있는 사슴>
부케스기는 무사의 집이다
. 마치 무사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옆으로는 귀족의 집혹은 문관의 집이다. 이름 역시 초등학생이 지은 이름이다. 이곳에서 비를 피해 쉬고있는 사슴을 볼 수 있었다. 앞의 사슴호텔이란 이름은 이런 연유로 생겨난건 아닐까.
<가미나리온지>
번개맞은 늙은 할아버지라는 뜻의 가미나리온지를 만날 수 있다. 이 이름 역시 초등학교 2학년의 작품이다.
전날 걸었던 아라카와도잔구치와 만나는 길을 지나면 타이코이와로 향하는 츠지고개를 올라야 한다. 가파른 산길을 숨을 헉헉대며 올라간다. 올라가는 내내 제법 많은 비와 함께 안개가 많이 끼었다.
<타이코이와 정상에서 본 모습>
드디어 타이코이와 정상에 오른다. 뿌연 안개가 온산을 감싸고 있다. 조금 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개가 걷히고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덕분에 시원한 경관을 만끽하며 시라타니운스이쿄를 맛볼 수 있었다.
원령공주의 맷돼지가 변하여 재앙신이 되었는데 그 재앙신을 닮은 나무가 많다.
가끔 사람들이 다니기 쉽게 나무를 잘라서 통로를 만들었다.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지만 나무에게는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내려오는 길은 비가 그치고 햇살이 드리워지자 이끼숲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속을 자유롭게 다니는 사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라타니운스이쿄는 야쿠시마자연휴양림으로 해발800m에 위치하고 있다. 항상 비가오는 날씨덕분에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이끼류가 발달되어 있고 야쿠스기, 전나무, 조엽수림등이 맑은 계곡물과 안개 구름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있다. 매우 어렵지만 비가 내린 다음날 맑은 때 찾아가면 온전히 시라타니운스이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