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떠나자/일본

홋카이도 - 시원한 샤코탄 해안도로 일주

성덕 2016. 10. 14. 20:50

이번 여행은 다른 여행에 비해 준비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다른 때 같으면 가고자 하는 곳의 정보, 볼거리, 먹을거리 등등 메모해 찾아가거나 했지만 이번에 무작정 따라가고 내 몸을 내 맡기는 수준이었다.

일본은 이번으로 벌써 다섯 번 째 방문이다. 매번 다른 곳을 갔지만 이곳 홋카이도는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비행기표는 저가항공권으로 미리 예약하면 싸게 구입할 수 있다이번에도 3개월 전에 비교적 싸게 구입을 했다가능하면 여행기간에 일이 안 생기게끔 모든 조치를 취하고 떠나야 하기에 일을 마무리 짓느라고 조금 바빴다.

먼저 시작한 곳은 삿포로에서였다신 치토세 공항에 내려 삿포로 숙소까지 가는 길은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남짓 걸렸다도착시간이 오후6시라 숙소에 먼저 짐을 푼 후 저녁을 먹기로 했다우리가 머문 곳은 the stay sapporo 게스트하우스로 저렴하게 예약을 했다.



이곳 게스트 하우스에서 2일을 지냈다도착한 날 저녁에 게 요리를 먹으러 갔던 식당에서 받은 느낌은 이 음식을 먹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달려 이곳 일본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삿포로는 게 요리가 유명하다털게대게킹크랩 위주로 있는 코스요리를 주문했다. 15만원을 넘는 가격이라 부담이 됐지만 여기까지 온 우리를 위해 쓰기로 하고 맛있게 먹었다주문한 요리를 다 먹으면 먹을 수 있을 때 까지 리필이 된다겨우 스시와 튀김을 리필하고 났더니 배가 불러온다아쉽지만 싱싱한 게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게스트하우스는 가격이 싼 대신 실내는 좁았다. 샤워장, 세면장, 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다른 여행객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의 정보도 얻을 수도 있고 여행파트너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곳이다.

 





다음날부터는 자동차 렌트를 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렌트회사까지 걸어갔는데 중간에 길을 몰라 터미널 건물 안에서 좀 헤메야 했다. 렌트를 하고 목적지를 샤코탄 반도로 정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규동(소고기덮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우리의 휴게소 음식에 비하면 맛이 참 좋다. 여행사나 단체여행이면 어림도 없는 편리함과 우발성이 있다. 오타루를 지나 샤코탄으로 가는 길은 해안을 따라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였다. 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으로 우리와 반대인데 처음엔 무척 헷갈린다. 방향지시등과 와이퍼가 막 움직인다. 적응하는데 좀 애를 먹고, 3일차쯤 되니까 익숙해져서 추월도 하고 과속도 하고....이러면 안돼는 거였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할 수 없이 과속을 하기도 했다.



샤코탄으로 가는 해안도로 길은 탁 트인 시야와 파랗고 깨꿋하고 푸른 바다색이 일품이다그러나 길이 좁을뿐더러 잘 알지 못하면 지나치기 일수다네비게이션이 있는데 한국어가 지원이 안돼어 일본어로 듣고 다녔는데 몇 번 듣다보면 왼쪽과 오른쪽은 구분이 간다그리고 길에서 나가는 곳이 갑작스레 나오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과속하다간 멋진 풍광을 놓치고 만다이곳의 속도제한은 50 그래서 답답한 면도 있지만 그래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뒤에 따라오는 차가 마침 없고 기회가 되어 들린 곳은 세타카무이의 전설이 있는 마을이다.


 

이 바위는 개가 앉아서 울부짓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걸맞는 전설이 있다. 옛날 라루마키라는 마을의 젊은 어부가 한 마리의 개를 기르고 있었는데, 어부도 개를 좋아하고 개도 어부를 잘 따랐다. 계속되는 비와 풍랑이 오랜만에 가라앉자 어부는 동료들과 고기잡이에 나섰다. 그런데 아침엔 조용했던 바다가 어느새 파도가 높아지고 황혼과 함께 폭풍우가 되어 버렸다. 마을사람들은 해변가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무사귀환을 기도했고 겨우겨우 난을 피한 어부들이 돌아왔지만 개 주인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개는 며칠동안 주인을 기다리며 울부짓었는데, 폭풍우가 그친 어느날 아침 해안가에는 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개가 하늘을 보고 울부짓는 형상을 한 바위가 솟아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주인을 기다리던 개가 변했다고들 했고 그 바위를 세타카무이(강아지하나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마치 전북 임실에 전설로 내려오는 불속에서 주인을 구하고 죽은 오수의 견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마눌님 잘 둔 덕에 그냥 멋있다고 끝나버렸을 여행에 이야기가 풍성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