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 것 없는 사막에서의 낙타여행
인도의 기차는 연착이 많이 된다. 두세 시간 정도는 기본. 우리가 탔던 델리에서 자이살메르로 가는 기차도 자다보니 연착이 되어 있었다.
델리역에서의 진땀 빼는 기차 잡아타기로 어느새 친해진 우리 5명. 어차피 낙타를 타는 것이 목적이었던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다.
자이살메르역에 도착해보니 수많은 호객꾼들이 우리를 에워쌌다. 그 속에 한 명의 한국인 청년을 만났다. 나가는 길이라면서 자신이 묶었던 숙소를 소개해 줬지만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그 청년이 타고 왔던 짚차를 타고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은 근처에 시장도 있고 너무 복잡하고 정신이 없었다. 3시에 출발한다는 쿠리행 버스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상태였다.
가까스로 우리들의 배낭을 집어넣고 현지인들 틈새에 끼었다. 차안에서 아르준을 만났다. 인도 100배에 소개되었던 그 사람이다. 코에 큰 상처가 있는 그는 어찌 보면 우리 한국인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사였다. 아르준게스트하우스에 여행자들을 픽업하려고 버스를 타고 여행자들을 낚는 일종의 호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책에 나와 있던 대로 싱글 벙글 웃어가며 상당히 친절했다. 내 옆자리에 앉아서 그동안 다녀간 한국인들이 적어준 방명록을 보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아주 자세히 알려준다.
<로컬버스에서 만난 투박한 손>
<이곳 사람들은 참 순수해 보인다. 다만 입안에 넣는 담배를 많이 피워서 그런지 치아상태가 좋지 못하다>
우리가 타고 간 버스는 어김없는 로컬버스. 완행버스처럼 사람들이 손을 들면 가다 태워준다. 그런데 사람이 많고 자리가 없자. 지붕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버스. 갑자기 지붕위에서 발로 버스의 지붕을 차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뭔소리냐고 아르준에게 묻자 지붕위의 사람들은 자신이 내려야 할 곳이 나타나면 발을 쿵쿵 거려서 (내려주시오!)하고 신호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자 버스가 서고 지붕에서 짐이 바닥으로 던져지고 사람들이 내리는 것이다. 우리의 하차 벨처럼 이렇게 사용되는 이곳의 버스는 참 소박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쿠리에 도착했다. 버스는 이내 먼지를 풀풀 날리며 사라졌고 몇 사람이 게스트하우스를 돌면서 가격을 흥정하기로 했다.
<쿠리마을 입구>
<물이 귀하기 때문에 물 낙타가 집집마다 돌면서 물을 공급해 준다>
<저녁에 술을 사러갔던 동네의 하나밖에 없는 구멍가게>
몇몇 사람의 수고로운 흥정덕분에 친절한 아르준게스트하우스 보다 2박3일간의 낙타사파리는 물론 숙식과 마직막날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타이타닉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아르준 게스트하우스는 너무 유명해 숙소가 시끄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곳의 게스트하우스 가격은 대략 비슷비슷했다.
(1인당 숙소 500rs, 1박2일 낙타사파리400rs, 팁 40rs)
<타이타닉게스트하우스의 내부 흙으로 지은 방이 4개가 있고 가운데 모닥불을 피울 수 있게 되어있다>
<아쇼카의 동생이 누워있는 개를 괴롭히고 있다>
타이타닉게스트하우스는 비교적 깨끗하고 조용했다. 배고프다고 하니 짜이와 라이스, 짜파티를 제공하고 모닥불에 감자를 구워준다. 이곳은 젊은 청년 아쇼카(21살)가 운영하는데 그가 가져다 준 술(향신료 냄새가 나면서 고량주 비슷한 맛)을 마시며, 노래도 하면서 쿠리에서의 첫날밤은 깊어갔다.
<이른 아침 우릴 깨우러 온 아쇼카와 그의 동생, 그들은 추운데도 맨발로 다니는 것이 익숙하다>
<이 사람이 21살의 아쇼카>
<나뭇가지에 백열등이 메달려 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음식도 데워먹고 감자도 구워 먹었다>
멀리 아르준게스트하우스에서 북치고 노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온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린 짜이와 설탕을 넣고 만든 짜파티(우리의 호떡과 비슷함)를 먹고 낙타를 타고 사막으로 향했다.
<아쇼카가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
<황량한 길을 계속 가다보니 비로소 사막다운 사막이 보인다>
<저 멀리 사막 비스무리한게 보인다>
이곳에 오기 전 낙타는 큰놈을 타라는 말을 듣고 왔던 터라 큰놈을 골랐다. 내가 탔던 놈은 9살로 우두머리 역할을 하던 놈이다. 그러나 나이가 있어 상태가 좋지 않아서 트림을 자주하고, 방구도 뀌고 똥도 설사를 하더라.
<이놈이 내가 탔던 낙타!>
한참을 터벅터벅 가는데도 사막다운 사막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황무지를 가는 것 같았다. 이곳에 나무들은 가시나무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황량한 사막의 날씨에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낙타들은 날카로운 가시에도 아랑곳 않고 우걱우걱 나뭇가지를 잘도 먹어 치운다.
이곳을 돌아보면 큰 나무들은 가지 아래 부분이 전지를 한 것처럼 가지런하다. 낙타의 입이 닿는 곳 까지는 나뭇가지가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의 나무들은 가시가 있는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어쩌다 스치면 무척 따갑다>
<낙타가 뜯어먹어 가지런해진 나무>
10시쯤 되자 사막 무데기 같은 곳에 자리를 잡더니 밥을 한다. 함께온 가이드 3명은 낙타에 먹을 것을 다 들고 다닌다. 쌀이며 물, 양념까지... 칸막이가 되어있는 양념통 주머니는 천으로 만들어 졌는데 필요한 양념의 수만큼 박음질을 해서 구분하고 각기 다른 양념을 넣었다.
<사막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빈약한 모래언덕>
<박음질로 구분을 해 놓은 양념 주머니>
<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든 짜파티를 굽고있다>
<이날의 메뉴는 짜파티와 라이스 그리고 커리>
밥이 다되어 밥을 먹고 나자 바로움직이면 안된다며 3시에 움직인다고 한다. 우리가 쉬는 동안 그들은 그릇을 설거지한다. 말이 설거지이지 모래에 그냥 쓱쓱 문질러서 그들의 짐꾸러미에 찔러 넣었다. 그래서 사막에서의 밥은 모래가 반 밥이 반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동안은 더워서 쉬어야 한다고 하길래 누워 자기도 하고 모래를 발로 차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마도 낙타의 똥이 아닌가 싶다>
<모래언덕에 다녀 갔노라 하고 흔적을 남겼지만 지금은 사려졌으리라>
낙타를 타는 것은 생각보단 쉬웠다. 다만 움직일때마다 낙타의 등에 허벅지가 쓸려서 아프것만 빼고는 괜찮았다. 난 허벅지가 쓸리지는 않았지만 등위에서 쿵쿵거리는 통에 연신 엉덩방아를 찧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 시간동안 낙타를 타고 내려오면 다리가 굳어 자동으로 기마자세가 되어 버린다.
드디어 사막 한 가운데서의 잠자는 시간. 뉘엿뉘엿 해가 넘어간다. 지평선 끝에서 반대편 지평선 끝까지 모래만 보이는 사막에 한쪽하늘은 빨갛고 다른 쪽 하늘은 검푸르다.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그라데이션 되는 하늘을 보면서 그나마 모래가 좀 많은 곳이었다며 위안을 삼아 본다.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잠시 명상에 잠겨본다>
밤엔 모닥불을 피우고 술을 마셨다. 닭도리탕 1kg, 염소바베큐 1kg를 주문했더니 한사람이 어디론가 가더니 1시간쯤 후에 재료를 들고 와 요리를 한다. 깜깜한 밤에 고기를 씹는 건지 모래를 씹는 건지 서걱거리는 고기를 몇 점 먹었다.
그런데 사막의 밤하늘에 별은 별로 또렷하지 않았다. 날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잠잘 시간이 되었다. 사막은 해가 떨어지면 추워진다. 낙타의 등에 덮여있던 이불을 깔고 그 위에 가지고 온 침낭을 펼치고 누웠다. 그 위로 10센치 정도 되는 두터운 이불을 덮어주는데 한 30년 묵은 냄새가 올라왔다. 그렇게 사막에서의 밤이 지나갔다.
<그나마 바람를 좀 막아보려 나무밑에 둥지를 틀었다. ㅋㅋ>
<날이 흐려서 뚜렷한 별을 보긴 힘들었다>
다음날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기척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비가오고 있었다. 우린 허겁지겁 침낭과 이불을 걷었다. 낙타를 타고 다시 이동을 하는데 어제 하루종일 탔던 낙타의 느낌이 이젠 아프기도 하고 그만 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사막의 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타이타닉게스트하우스 방안의 천정이다. 나무를 대고 마른풀을 올려놓아서 비가오면 샐것 같다>
숙소에는 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한명 있었다. 그녀는 혼자 이곳에서 40일을 있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 현지인들과 친해져서 집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곳의 조카가 그녀의 가슴을 살짝 만져서 경찰에 신고하고 일을 크게 확산시켰다고 한다. 결국 현지인이 2000rs를 주면서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고 하는데, 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다음에 계속 ...
'여행을떠나자 > 인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 야간버스는 한 번이면 족하다 (0) | 2015.07.14 |
---|---|
인도 - 기차는 이렇게 탄다 (2) | 2015.07.14 |
인도 - 자이살메르 골든시티 라씨를 찾아서 (0) | 2015.07.14 |
인도에서 뭘 먹지? (0) | 2015.07.14 |
인도 - 조드뿌르의 blue city (0) | 2015.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