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부에서 트롱사로 향하는 날이다. 팀부에서 트롱사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거의 하루종일 버스를 타고 이동이다. 팀부의 평균해발이 2,300m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45분 정도 달려 도출라 고개에 도착 했다. 이곳은 해발 3,100m로 108개의 탑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히말라야 동쪽 8개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구름이 많아서 보지는 못했다.
도출라 고개는 108개 탑이 만들어진 이유가 있다. 부탄과 인도는 형제 관계의 나라인데 1970년대 인도의 반군과 무력충돌이 있었다. 그 때 희생되었던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왕비가 108개의 탑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도출라 고개는 히말라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이 일대는 70여 종의 야생화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40여 종은 부탄에만 있는 유일한 종이라고 한다.
도출라고개에 있는 찾집에서 차도 한 잔씩 마시고 트롱사를 향해 또 다시 이동하던 중 왕듀 포드랑(wangdue phodrang)을 지난다. 왕듀 포드랑은 부탄 중서부지역으로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길목이고 지리적 요충지로 오래전부터 상업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곳의 사원은 스위스정부가 원조하여 건립한 다리를 지나 강가 높은 언덕에 위치하고 있다. 이 사원은 인도사람들이 와서 살면서 지었다고 하는데, 부근에 아직도 인도사람들이 살던 마을이 보존되어 있다.
도중에 들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부탄의 전통술인 아락도 맛을 보게 되었다. 트롱사로 가는 길은 하루종일 버스를 타고 이용해야 해서 중간에 찻집도 들르고 전망대도 들러서 잠깐식 쉬고 이동을 한다. 부탄에서 보이는 농작물은 감자, 옥수수 등도 많던데 식당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길가에 옥수수를 구워 판매하는 곳이 종종 보인다. 우리도 구운 옥수수의 맛이 궁금해 중간에 차를 세우고 사서 맛을 봤는데 워낙 딱딱해서 턱이 아플지경이었다.
길이 워낙 구불구불한데다가 비포장도 많고 우기여서 곳곳에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흔적들이 아찔했던 순간을 상상하게 한다. 가이드의 말로는 작년까지만 해도 산사태로 길이 막히면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야 했다고 하는데 우리 일행은 다행스럽게도 길이 막힌 적은 없었다.
길을 가다보면 산 곳곳에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막대기에 오색의 긴 깃발을 매단 것은 룽다(lungda)라고 하는데 초원을 달리는 말의 갈기 같은 모습이다. 바람이란 뜻의 룽과 말이란 뜻의 다 가 합쳐진 티벳트어다. 진리가 바람을 타고 세상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는 의미다.
긴줄에 사각형의 경문이 적힌 만국기 같은 깃발은 타르초(tharchog)라고 한다. 룽다와 타르초는 깃발에 적힌 불경이 바람을 타고 널이 퍼진다고 하는데, 그 바람을 맞으면 경전을 읽는 것과 같다고 믿는다.
해발 3,420m의 페렐라 고개(pelela pass)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을 지나 구불길을 한참을 간다. 비가 오기도 하고 그치기도 하는 날 이어서 계곡사이로 반원형을 넘는 무지개가 뜨기도 했다.
트롱사에 도착하니 어둑어둑 해지면서 비가 함께 오고 있었다. 트롱사숙소에서 트롱사종을 바라보는 광경은 마치 선계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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