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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길을 걷다(6) - 후두둑 떨어지는 숲속의 빗방울 소리

성덕 2016. 1. 28. 20:46

고원길을 걷다(6) - 후두둑 떨어지는 숲속의 빗방울 소리

마조마을에서 시작된 오늘의 고원길은 쌀쌀했다. 운장산을 능선을 타고 넘어가는 길이다.
마조마을에서 바라보는 가파른 골짜기를 넘어야 한다.
마조마을은 씨없는 곶감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집집마다 감을 말리기 한창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보면 남 모르게 하나 둘씩 빼어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오늘 우리가 넘어야 하는 갈크미재는 고원길 구간중에서도 가장 높은 803m다.
마조-5.2km-갈크미재-4.5km-외처사동(중사 마을회관)-3.9km-산사미관-3.3km-삼거 로 총 16.9km로 고원길에서 두번째로 긴 구간이다.
갈크미재를 오르는 길은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5km에 이른다. 헉헉거리며 오르긴 해도 길 옆으로 피어있는 억새의 황홀함을 느끼며 걷노라면 어느새 갈크미재 정상에 와 있다.
정상에서 출발지인 마조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에 오르니 바람도 많이 불고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구불구불 갈크미재에서 내려가는 임도는 숲이 참 아름답다. 이제는 빗방울과 함께 바람이 분다. 바람에 떨어지는 낙옆이 흩날린다. 건너편 산은 이것이 가을이다라고 알려주는 것 처럼 참으로 다양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산을 내려와 외처사동에 도착했다. 앞서가던 이들을 놓쳐서 왼쪽으로 갔는지 오른쪽으로 갔는지 모른다.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면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외처사동인 중사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엔 주자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주자천변에는 산수유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발갛게 익어 벌어진 노박나무 열매가 참 곱다.
빗방울이 점점 굻어진다. 비옷을 꺼내 입고 빗소리를 들으면 걷는 느낌도 상당히 좋다.
숲속을 걸을땐 숲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낙옆을 밟는 바스락 거리는소리, 머리와 몸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까지 어울려 걷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오늘의 종착지인 운일암반일암이 있는 삼거까지 비를 맞으며 걸었다. 오늘길은 갈크미재를 헉헉 거리면서 걷다가 고개 정상에서 올라온 길을 바라보는 시원함이 있었고, 내려오는 길은 구불구불 아름다운 숲길과 함께 바람이 만들어낸 낙옆의 황홀한 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걷는 길은 빗방울 소리를 쌩으로 들으며 가을 비를 온 몸으로 맞는 좀처럼 맞기 힘든 경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