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발장소인 대불리 삼거로 향하는 길은 뿌연 안개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이 길을 벗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이 개었다. 출발지인 삼거는 운일암 반일암이 있는 경치가 좋은 곳이다. 얼마나 좋았으면 여름철엔 이곳에 교통이 거의 마비가 되고, 밤새 구워먹은 고기냄새가 나무와 바위에 베어 아침에도 고기쩔은 냄새가 날 정도라고 한다.
삼거를 출발한 일행은 임도를 따라 싸리재를 넘는다. 아침 햇살이 나무가 가득있는 숲을 풍요롭게 해준다. 싸리재골로 이어진 임도는 걷는게 즐거울 정도로 아름답다.
아직은 차가운 아침공기 때문인지 나뭇잎에 하얀털이 나있는 듯 하다. 오늘 길은 8차 고원길로 주천 삼거 - 4.1km-싸리재임도 - 4.4km-산제마을(점심)-2.7km-미적-3.7km-주천체련공원 까지 이어지는 14.9km 구간이다. 오늘도 걸으며 만날 나무며 풀이며 마을이며 사람들이 기대된다.
한참을 계속 되는 오르막을 걷는다. 장갑낀 손은 더워지고 몸도 더워진다. 이내 사람들은 하나 둘씩 걷옷을 벗는다. 발밑에서 바삭거리는 낙옆밟히는 소리가 아주 경쾌하다.
싸리재를 넘어 점심을 먹을 산제마을로 향한다.
산을 내려와 산제마을로 들어서자 푸근한 느낌이다. 산제마을은 야트막한 산들로 둘러쌓여있고 비교적 넓은 평지에 따스한 햇살을 받아 푸근했다.
마을회관 입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고 그아래에 사람들이 쉬어갈 의자와 그네까지 달려있다.
부녀회장님이 손수 따뜻한 국을 가마솥을 걸어놓고 끓이고 계셨다. 부녀회장님은 그리 많은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동네가 따뜻하고 좋다며 자랑이다.
점심을 먹고 동네이장님과 풍물이 시작되었다. 흥을 즐길줄 아시는 이장님이다.
와룡암으로 가는 길은 갈대에 둘러쌓은 냇가가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길이다.
진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자가 있는 와룡암에 도착했다. 널찍한 바위 위에 우뚝 서 처마를 활짝 내뻗고 있는 이 건물은 조선 효종 원년(1650)에 김중정이 지은 것이다. 그는 관리로 재직하다 사임을 하고 이곳에 은거하던 중, 당파싸움으로 얼룩진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여 유능한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이 정자를 지었다. 원래는 냇물 건너편에 지었으나, 왕래가 불편하여 순조 때 지금의 위치로 옮겨 지었다고 한다. 정자 밑에 자리한 바위가 누워 있는 용을 닮았다 하여 와룡암이라 불렀는데, 이 때문에 정자 이름도 와룡암이 되었다. 정자 건물은 높은 받침기둥을 둔 누각식 마루집이다.
와룡암을 지나 주천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은 물가 바로 옆의 길로 햇빛과 물과 바람이 훝고 지나가는 나뭇잎이 참 좋은 길이다. 예전에 걸었던 창녕 남지의 개비리길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 일정은 이곳에서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구간이 좀 짧아 조금더 이동해 주천 생태공원에서 마무리 했다.